농심 레드포스와 ‘피셔’ 이정태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깜짝 픽을 꺼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농심은 1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OK 저축은행 브리온에 2대 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농심은 5승13패(-14), 8위로 서머 시즌을 마감했다.
이날 농심의 수훈갑은 단연 이정태였다. 그는 1세트에서 조커 카드로 나피리를 선보였다. LCK를 포함한 4대 메이저 지역 리그에서 최초로 나피리를 선택한 그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데 성공, 9킬을 쓸어 담으면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나피리는 OK 저축은행과 ‘페이트’ 유수혁이 르블랑으로 응수할 거라는 것까지 예상하고, 두 챔피언 간 라인전 구도에서의 유리함까지 미리 파악해놓은 뒤 차분하게 놓은 노림수였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이정태는 “오늘 상대가 비에고를 고른 걸 보고 함께 쓰기 좋은 르블랑 픽까지 예상해서 나피리를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에 통계 사이트를 참고하는 걸 좋아한다. 나피리가 르블랑 상대로 승률이 좋아서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혼자 연습도 해보고, ‘칼릭스’ 선현빈과 1대1로도 붙어봤다. 스크림에서도 해보니까 생각보다 결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박승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사실 14.15패치 적용 이후 스크림에서 이정태가 나피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스크림에서 결과가 좋았다”면서 “나피리의 특성상 대회에서는 힘이 빠질 가능성이 컸다.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시즌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고 상대가 싸움을 선호하는 조합이어서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솔로 랭크나 스크림과는 다른 점도 있었다. 이정태는 유수혁의 강한 압박 때문에 라인전 단계에서 고전했다. 이정태는 “‘페이트’ 선수가 왜곡(W)을 과감하게 쓰는 바람에 내 라인전 플랜이 무너졌다. 이후 교전에서야 나피리 카드의 강점을 잘 보여줄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아울러 “미드 진, 스몰더 등도 준비했는데 보여주지 못한 채로 시즌을 마감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정태는 중국 LoL 프로 리그(LPL) 에드워드 게이밍(EDG)에서 한 차례 실패를 맛본 뒤 LCK로 건너온 특이한 케이스다. 그는 “LPL에서는 환경도 낯설고, 언어도 잘 통하지 않다 보니 움츠러들었다. 플레이가 위축돼서 스스로도 무색무취의 선수였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으로 돌아오니까 위축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 서머 시즌을 거치면서 과감한 플레이를 익혔다고도 말했다. 이정태는 “실전 경기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 상대 위치를 트래킹(추적)하는 능력도 향상됐다”면서 “올 시즌엔 농심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팬분들께서 내년에도 믿고 기대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